[보이차 실전 감평-5]
서경(書經)에 완인상덕(玩人喪德), 완물상지(玩物喪志)라는 말이 있습니다.
완인(玩人)은 사람을 희롱하거나 조소하는 것으로 사람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면 결국은 자기의 덕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말이고 완물(玩物)이 과하면 인간으로서 소중한 지조(志操)와 도의와 양심을 잃어버리기 쉽다는 말이지요.
 

 시중에서 진기 15년의 노차라고  팔렸던 차인데, 유감스럽게도 이 茶가  완인상덕(玩人喪德), 완물상지(玩物喪志)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이 차를 구입한 분으로부터 샘플을 제공 받아 가능한 한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품명(品茗)해 보고 또한 그 정보를 전달코자 합니다. 특정 상표를 달고 있어 병면의 일부만 보이게 잘랐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 차는 숙차가 아닌 생차입니다. 흐린 탕색을 보고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드십니까? 맛은 시종 지독한 苦味 일색으로 흔히 회감이라 일컫는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쓴맛'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계속 반복합니다만 보이차의 엽저는 출생에서부터 제작, 보관 등에 이르기까지  그 차에 관해 판단 가능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중요한 메모리 칩입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씀 드렸지만 엽저의 갈변도가 다양하다면 그 중 차의 제작 나이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가장 젊은 놈입니다. 따라서 이 차의 나이는 (1)번 엽저를 근거로 판단했을 때  햇차에서 많아야 1~2년 정도입니다.  
 
(1)번 같은 엽저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정상적인 차라할 수 있죠. 아엽에서부터 2~3급 정도의 고급 차청을 주로 채용하고 조금 큰 잎은 쇄절해서 병배를 했군요.
 
그러나 (2)번 엽저를 보면 갈변이 훨씬 많이 진행되었네요. 3탕까지 우리고 난 모습인데 사진상 엽저 표면에  뿌옇게 보이는 것은 표면에 온통 범벅이 된 허연 곰팡이입니다. 곰팡이가 덕지덕지 필만큼 과습한 장소에 모차를 쌓아두고 강제로 발효시킨 거죠.  
 
한때 중차패로 포장한 애매한 이름으로 폭리를 취하며 소비자들을 호구로 만들었던  전형적인 번압차(飜壓茶)입니다.(번압차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루페나 성능 좋은 카메라가 있다면 좀더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는데, 제 카메라는 똑딱이라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3)번 엽저는 좀 더 갈변이 심하지만 곰팡이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시커멓게 탄화된 줄기는 혹독한 번압 과정을 거쳤음을 몸으로 보여줍니다.
 
며칠 전, 중국에서 오신 보이차 사업가와 차를 마시면서 제가 즐겨 인용하는 최인호의[상도]에 나오는 구절을 또 씨부렸습니다.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비단 이차를 팔아먹은 사람뿐 아니라 소비자들을 졸로 보는 완인(琓人)의 달인들은 분명 사람도 잃고 결국 재물도 다 잃는 날이 올 것이라는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