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래간만에 만나는 전차다운 전차, 숙차다운 숙차, 이름하여 숙전차의 황제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96년 제작된 이무정산 대엽숙전차입니다.  

박스에 꽁꽁 사여 오랜 세월 깨끗하게 보관되어 최상의 상태입니다.

진정한 전차의 병배는 보시는 것처럼  9등급~10등급 뿐만 아니라  줄기와 가지에 이르기까지 거친 비주얼을 특징으로 하는 오케스트라의 구현입니다. 그래야 발효 후 조향과 삼향 등 특유의 월진월향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 제작 기술을 무시하고 최근의 전차들은 병차나 타차의 병배를 그대로 적용해 비주얼을 강조는 경향이 강하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찬탈하는 슬픈 차들이 많습니다.    

잘 만들고 보관이 잘 된 차는 보시는 바와 같이 차의 표면에 유광이 많이 비치지요. 쉽게 말하면 차유 성분이 밖으로 배어나와 기름기가 잘잘 흐르지요. 게다가 이 차는 병배만 봐도 강렬하고 패기있는 맛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꿀꺽~ 

숙차의 탕색도 세월이 오래 될수록 붉은색에서 점차 갈색이 강해집니다. 거꾸로 말해서,  탕색을 통해서도 나이의 가늠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이놈도 나이답게 진한 수색을 띠고 있지요? 게다가 찻잎의 표면에서 느껴졌던 유광이 찻물 속에 제대로

배어 나옵니다.  

양쪽의 포대화상들께서도 차맛에 흡족해 연신 차르가즘..차르가즘..을 읊어댑니다.(두 분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강하게 느껴지는 진향과 어우러진 쌉싸름한 맛이 강렬한 보이차의 기운을 선물해 주며 특히 대엽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입안 전체를 감싸며 차 마시는 행복감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하는 마력을 지닌 차입니다. 

무릇,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으로서 이 차를 마셔보지 못한다면 마치 대한민국에서 태권도를 배운 사람으로서 검정띠 한 번 허리에 둘러보지 못한 자에 다름이 아님일 것이고,  만약 초보 입문자라도 이 차를 경험하게 된다면 단숨에 가히 보이차를 좀

마셔본 자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숙차이면서도 온전성과 탄력성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엽저의 표면에 흐르는 유광을 보시면 이 차의 신분을 가히 단박에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가히 생차의 엽저와 쉽게 구별이 안 갈 정도 아닙니까?  

장담컨대, 누구든 이 차를 처음  마셔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마셔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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