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는 잎이 작을수록 좋은 건가요?” 보이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는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등의 용어에서 보듯 채엽 시기에 따른 잎의 크기가 품질 등급과 밀접하게 연관된 우리 녹차에 대한 배경지식에 기인한 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이차도 채엽 시기에 따라 ‘명전(明前), 춘첨(春尖)...곡화(谷’禾) 등 많은 명칭들이 있긴하나 이는 대개 채엽 시기에 대한 규정의 의미가 클 뿐 잎의 크기 및 품질과는 크게 상관된 개념은 아닙니다.
보이차에 채용되는 차청은 크기에 따라 특급, 1급~10급까지 모두 11개의 등급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등급마다 함유하고 있는 차성분의 함량과 비율의 차이로 인해 맛과 향의 차이가 있어서 그에 따른 소비자의 선호가 있을 뿐 어느 것이 더 품질이 좋고 나쁨이 있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각각의 등급에 따라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 차청들을 어떻게 조화 시키느냐 하는 것이 보이차 제작의 핵심인 병배(幷配)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타차의 경우는 모든 등급의 차청을 고루 병배하면서 특히 2~3급의 비중을 높여서 병배를 하기 때문에 타차 특유의 맛을 갖게 되고, 또한 병차의 경우는 3~8급을 위주로 하며, 전차의 경우엔 9~10급의 비중이 특히 높기 때문에 전차만의 독특한 맛과 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병배의 기준이 꼭 정형화 된 것만은 아니기때문에 제작자나 제작 회사별로 나름의 병배 방식이 있어 독창적인 차를 생산해 내기도합니다.
예컨대, 맹해차창의 대표적 숫자보이차 중 하나인 7542청병의 경우 일반적인 병차의 병배 방식을 따르면서 특히 4등급의 비율을 높여 독특한 맛의 세계를 이루어 냈던 것입니다. 거기에다 최근엔 봄차에다 가을차를 병배한다거나 산지가 다른 차산 지역에서 딴 잎들을 병배하는 등의 시도도 활기차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병배를 특징으로 하는 보이차는, 다양한 음색의 악기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협화음처럼 다양성의 조화를 통해 새롭게 창조되는 맛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한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쓸모도 없어 보이는 자투리 천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조각보의 세계처럼 말입니다.